너만 너만 너만

오일,모래

2025 · 130.3 × 80.3 × 2.5 cm

작가 노트

짙은 코발트와 울트라마린이 뒤엉킨 화면은 한밤의 바다를 닮았지만, 단순한 풍경이라기보다 마음의 깊이를 드러내는 단면에 가깝다. 두껍게 쌓인 오일과 거친 모래의 질감은 파도가 일으키는 물결과 포말을 입체적으로 밀어 올리며, 눈으로 보기 전에 먼저 손끝으로 만져지는 듯한 감각을 불러낸다. 빛을 받은 부분은 새하얀 포말처럼 번쩍이며, 어둠이 스며든 영역은 깊은 심연처럼 가라앉아 있다. 캔버스를 가득 채운 푸른 소용돌이 속에서 한참을 바라보다 보면, 화면 아래쪽에 아주 작은 하얀 돛단배가 눈에 들어온다. 거대한 물결에 비해 거의 점에 가까운 크기지만, 바로 그 왜소함 때문에 더욱 또렷하게 다가온다. 끝없이 밀려드는 파도와 맞서는 것이 아니라, 그 안을 통과하며 나아가는 존재. 작품의 제목처럼, ‘너만’이라고 불러지고 있는 대상은 어쩌면 이 작은 배이자, 동시에 이 바다를 바라보는 한 사람의 마음일지도 모른다. 모래가 섞인 두터운 마티에르는 거친 파도와 함께 쌓여온 시간의 층위를 떠올리게 한다. 수없이 부딪히고 부서지며 남겨진 흔적들이 화면 전체에 얼룩처럼 남아 있고, 그 사이사이로 금빛과 분홍빛의 가는 선들이 번개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것은 위험의 신호라기보다, 거센 물결 속에서도 간헐적으로 번쩍이는 기억과 애정, 그리고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호명처럼 보인다. 이 바다는 관람자를 특정한 지점에 세워두지 않는다. 거센 파도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선이 되었다가, 어느 순간 작은 배 위에 올라타 한가운데를 지나가는 사람의 시선으로 옮겨간다. 멀리서 바라보면 추상적인 색과 질감의 덩어리로만 보이던 것들이, 가까이 다가갈수록 개별적인 물결과 비늘 같은 붓질로 분해된다. 그 사이에서 관람자는 자신에게 묻게 된다. 이 거대한 파도 속에서 내가 끝까지 붙들고 싶은 ‘너만’은 누구인지, 혹은 무엇인지. 작품은 대답을 대신해 주지 않은 채, 끝없이 너울거리는 푸른 숨결 속으로 한 걸음 더 들어오라고 조용히 손짓한다.

김예지

나는 자연을 그리지만, 풍경을 재현하지는 않는다. 파도와 숲, 꽃과 하늘, 그리고 화면을 가로지르는 한 줄기 빛은 삶의 시간과 마음의 풍경을 상징한다. 자연은 끊임없이 스러지고 다시 피어나며, 그 순환 속에서 사랑과 희생, 기다림과 회복의 의미를 품는다. 나의 화면을 채우는 빛은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다. 그것은 상처를 지나 생명으로 향하는 길이며, 보이지 않는 사랑과 희망이 머무는 자리이다. 두터운 질감과 깊이 있는 색채는 눈앞의 풍경을 넘어 생명의 숨결과 시간의 흔적을 담아낸다. 나는 자연을 통해 인간을 이야기하고, 인간을 통해 다시 자연을 바라본다. 모든 존재는 서로를 비추며 살아가고, 결국 사랑은 생명의 순환 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빛으로 남는다고 믿는다. 나의 작업은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이자, 삶을 향한 기도이며,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건네는 조용한 위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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