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록

Untitled

디지털

2000 · 60 × 80 cm

작가 노트

짙은 초록의 숲을 가득 채운 야생화들 사이로 한 여인이 옆모습을 드러냅니다. 화면을 가로지르는 꽃과 잎사귀들은 전경과 배경을 구분하지 않고 겹겹이 쌓이며, 인물의 몸 위로도 반투명하게 내려앉습니다. 디지털로 그려진 질감은 마치 파스텔이나 유화를 겹쳐 바른 듯 부드럽게 번지며, 인물과 자연이 서로를 침범하고 스며드는 순간을 포착합니다. 옅은 보랏빛과 흰색 꽃들이 인물의 머리와 옷의 색감과 이어지면서, 그녀는 하나의 독립된 존재라기보다 이 풍경 전체의 일부처럼 느껴집니다. 곧게 세운 목선과 다문 입술, 모은 두 손은 말하지 못한 마음, 혹은 막 피어오르려는 감정을 암시합니다. 사랑이라는 주제는 구체적인 장면이나 관계가 아니라, 초록 속에 잠긴 한 사람의 자세와 공기, 시선이 닿지 않는 어딘가를 향한 표정으로 조용히 드러납니다. 화면 앞을 가로막는 꽃줄기들은 관람자와 인물 사이에 얇은 막을 두는 동시에, 그 막 너머의 내밀한 세계를 엿보게 합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이 숲 가장자리에서 서성이는 마음으로 바라본다면, 자연과 뒤섞인 이 여인의 기척이 자신의 어떤 기억이나 감정과 조용히 겹쳐지는 순간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편희연

안녕하세요 일러스트레이터 편희연 입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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