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록

Untitled

디지털

2002 · 36 × 41 cm

작가 노트

따뜻한 모래빛 바탕 위로 흰 타월이 펼쳐지고, 그 위에 한 여성과 개가 나란히 자리합니다. 인물의 몸은 화면의 대각선을 따라 길게 누워 있고, 시선만이 관람자를 향해 되돌아옵니다. 디지털로 그려진 선들은 연필 스케치처럼 가볍고 빠르게 흘러가며,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듯한 흔적 속에서 한낮의 공기와 체온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점묘처럼 흩어진 파란색 비키니와 머리띠, 그리고 모래 위의 모자와 술병, 잔이 만들어내는 작은 오브제들은 이 장면이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방식의 여름을 즐기는 시간임을 암시합니다. 인물의 등과 허리, 다리를 따라 이어지는 부드러운 곡선 위에 살짝 찍힌 하트 문양은, 가볍고도 확실한 자기 선언처럼 보입니다. 옆에 앉은 개는 선글라스를 쓰고 정면을 응시한 채, 다소 과장된 인간적인 태도로 앉아 있습니다. 마치 이 느긋한 오후의 또 다른 주인처럼, 인물과 나란히 화면을 양분하며 균형을 이룹니다. 둘 사이에 직접적인 접촉은 없지만, 비슷한 자세와 방향, 공유하는 그림자 속에서 서로의 리듬이 자연스럽게 맞춰져 있습니다. 앞쪽을 가로지르는 초록 잎사귀는 관람자와 장면 사이에 얇은 막을 드리우면서도, 그 틈 사이로 스며드는 빛과 바람을 함께 데려옵니다. 잠시 이 잎사귀를 젖히고 다가선다면, 과장되지 않은 관능과 장난기, 그리고 아무에게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사적인 여름의 한 페이지를 곁에서 함께 누워 바라보는 기분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편희연

안녕하세요 일러스트레이터 편희연 입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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