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
디지털
2002 · 36 × 41 cm
작가 노트
짙은 남색의 배경 위로 노란 차가 사선으로 미끄러지듯 지나가며 화면을 가득 채웁니다. 차 안의 인물과 개는 굵고 자유로운 선으로 그려져, 정지된 장면이라기보다 한 컷의 애니메이션처럼 느껴집니다. 디지털 특유의 매끄러운 색면 위에 거칠게 긁힌 듯한 질감이 더해져, 속도와 바람, 금방이라도 흩어질 여름 오후의 공기를 함께 전합니다. 운전석에 앉은 여성은 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다른 손에는 휴대전화를 쥔 채 풍선을 불고 있습니다. 반짝이는 귀걸이와 문신, 머리띠와 비키니 톱이 만들어내는 리듬은 그녀를 도시적인 존재로 부각시키면서도, 과장된 포즈와 표정 속에 장난기 어린 자유로움을 담아냅니다. 옆자리에 앉은 개는 입을 벌리고 고개를 내밀어, 주인의 기분을 그대로 따라가는 동행자처럼 보입니다. 두 존재는 서로를 바라보지 않지만, 나란히 같은 방향으로 달려가며 하나의 장면을 완성합니다. 노란 차의 곡선과 붉은 실내, 분홍색 핸들과 풍선껌의 색이 서로를 반사하듯 맞물리며, 화면 전체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직접 말하지 않고도 생기와 들뜬 마음으로 물들어 있습니다. 이 사랑은 누군가를 향한 로맨스라기보다, 자신이 선택한 속도와 리듬, 지금 이 순간의 몸짓을 있는 그대로 즐기는 태도에 가깝습니다. 관람자는 이 차의 옆을 스쳐 지나가는 풍경처럼, 잠시 이들과 나란히 달리며 자신의 젊은 날 한 장면을 떠올리게 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