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달항아리》
아크릴, 나무 패널
2021 · 92 × 92 cm
작가 노트
화면 한가운데를 가득 채운 달항아리는 거의 정면에 가까운 자세로 놓여, 부풀어 오른 둥근 몸체로 조용히 관람자를 마주한다. 위아래로 살짝 눌린 실루엣은 팽팽하게 긴장하기보다는, 숨을 고르며 천천히 부풀어 오르는 몸처럼 부드럽게 가라앉아 있다. 좁은 굽과 입 지름은 이 넓은 부피를 간신히 붙들고 있는 가느다란 선처럼 느껴지며, 화면 속 푸른 덩어리에 한 번 더 섬세한 긴장을 부여한다. 중심부의 맑은 청록빛은 가장자리로 갈수록 서서히 어두워지며, 항아리 안쪽에서부터 은은한 빛이 새어 나오는 듯한 인상을 만든다. 배경을 채운 짙은 청록과 녹청의 층들은 달항아리의 윤곽을 따라 미세하게 농도가 달라지며, 사물과 주변 공간의 경계를 부드럽게 풀어낸다. 나무 패널 위에 올린 아크릴 물감은 두텁게 솟구치기보다 잔잔한 막처럼 퍼져, 표면 곳곳에 남은 미세한 요철과 짧은 흔적만으로 조용한 리듬을 만든다. 화면 주변에 흩어진 작은 색의 흔적들은 구체적인 무늬라기보다 물속에 떠다니는 입자나 공기 중에 남은 숨결처럼 보이며, 항아리를 둘러싼 공간에 깊이를 더한다. 실제 도자기의 무게감보다는, 빛과 물이 겹겹이 쌓여 이루어진 푸른 형상이 눈앞에 떠 있는 듯한 감각이 남는다. 어떤 장식도, 안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에 대한 단서도 주어지지 않은 이 달항아리는, 기능을 지닌 그릇이라기보다 비워진 마음이 잠시 머무는 푸른 그릇에 가깝다. 관람자는 매끈하게 이어지는 곡선을 따라 시선을 천천히 돌리며, 이 안에 떠오르는 기억이나 아직 말로 꺼내지 못한 마음들을 조용히 떠올리게 된다. 오래 바라볼수록 화면 속 달항아리는 점점 더 가벼운 빛의 덩어리로 변하며, 어느 순간 자신이 서 있는 자리의 공기까지도 이 깊은 푸른빛과 함께 서서히 가라앉고 정리되어 가는 듯한 여운을 남긴다.
권삼동
한국 고유의 달항아리가 갖는 유려한곡선과 여백의 미는 아름다움과 여유로움을 느끼게 한다. 작가는 달항아리가 주는곡선과 여백을 통해 어머니의 품같은 편안함과 안전감을 강조하고 각박한 현시대에 모든것을 포용하고 담을수있는 넉넉한마음과 기쁨을 잃지않는 모두가 되기 바람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