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항아리》
아크릴, 판지, 오일
2023 · 70 × 70 cm
작가 노트
화면을 가득 채운 달항아리는 전통 백자의 너른 비례를 따르면서도, 유백색과 옅은 청록빛이 섞인 색조 속에서 한층 더 부드럽게 떠오른다. 완벽히 대칭적이지 않은 둥근 실루엣은 손으로 빚어 올린 흙의 온기를 남기고, 표면에 점점이 박힌 작은 물방울 같은 흔적들은 유약층 아래에서 천천히 떠오른 기포처럼, 오랜 시간에 걸쳐 응축된 호흡을 떠올리게 한다. 두텁게 쌓이지 않은 아크릴과 오일의 매끈한 표면은 과장된 질감을 드러내기보다, 안쪽으로 스며드는 은은한 명암을 통해 비어 있는 내부의 깊이를 조용히 드러낸다. 배경의 옅은 민트빛 공간은 항아리의 흰 기운을 감싸 안듯 번지며, 물체와 주변을 뚜렷이 구분하기보다 하나의 안개층처럼 이어 붙인다. 화면 가장자리에는 부드럽게 휘돌아간 붓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어, 고요한 공기 속을 미세하게 맴도는 파장처럼 느껴진다. 강한 대비나 날카로운 그림자 없이 퍼지는 빛은 작품 전체에 얇은 막을 형성해, 보는 이의 시선과 호흡을 자연스럽게 느리게 만든다. 장식과 서사를 덜어낸 이 달항아리는 무엇을 담기 위한 그릇이라기보다, 한 번 비워낸 마음이 잠시 머무는 둥근 공간에 가깝다. 관람자는 항아리의 너른 곡선을 따라 시선을 천천히 미끄러뜨리며, 표면에 맺힌 작은 점들과 안쪽의 희미한 빛을 바라보는 동안 자신의 기억과 소망을 조용히 떠올리게 된다.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은 듯 비어 있는 이 내부를 오래 마주하고 있으면, 말로 정리되지 않은 감정들이 살며시 떠올라 어느새 이 고요한 그릇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듯한, 잔잔한 새해의 시작을 맞이하는 기분에 닿게 된다.
권삼동
한국 고유의 달항아리가 갖는 유려한곡선과 여백의 미는 아름다움과 여유로움을 느끼게 한다. 작가는 달항아리가 주는곡선과 여백을 통해 어머니의 품같은 편안함과 안전감을 강조하고 각박한 현시대에 모든것을 포용하고 담을수있는 넉넉한마음과 기쁨을 잃지않는 모두가 되기 바람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