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항아리》
캔버스, 오일
2024 · 80 × 80 cm
작가 노트
화면 중앙을 가득 채운 달항아리는 전통 백자의 너른 비례를 따르면서도, 차분한 회백색과 옅은 푸른 기운 속에 고요히 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완벽히 대칭적이지 않은 둥근 실루엣과 입구의 미세한 기울기는 손으로 빚어 올린 흙의 숨결을 남기고, 표면에 희미하게 번진 명암은 안쪽으로 스며드는 듯한 깊이를 만든다. 유화 물감의 얇은 층이 만들어낸 매끈한 표면 위로는 작은 기포와 점들이 드문드문 박혀 있어, 오래된 유약층에 스며든 시간처럼 조용한 떨림을 전한다. 배경의 중성적인 회색은 항아리의 흰 기운을 더욱 도드라지게 하면서도, 가장자리로 갈수록 부드럽게 스며들어 물체와 공간의 경계를 흐린다. 강한 대비나 뚜렷한 그림자를 세우지 않고, 항아리 아래로 내려앉은 짧은 그림자만으로 최소한의 무게를 암시해, 사물이 바닥에 놓여 있으면서도 동시에 공기 중에 가볍게 떠 있는 듯한 감각을 만든다. 화면 전체를 감싸는 은은한 빛의 막은 관람자의 시선을 빠르게 이동시키기보다, 한 지점에 천천히 머물게 하며 호흡을 자연스럽게 늦추게 한다. 장식과 서사를 덜어낸 이 달항아리는 무엇을 담기 위한 그릇이라기보다, 한 번 비워낸 마음이 잠시 머무는 형태에 가깝다. 관람자는 부드럽게 부푼 곡선을 따라 시선을 천천히 미끄러뜨리며, 표면에 맺힌 작은 점들과 기포 같은 흔적들 속에서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조용히 떠올리게 된다.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이 내부를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새해를 맞는 마음이나 오늘의 소망 같은 것들을 살며시 내려놓고 싶어지며, 어느새 이 고요한 그릇이 하나의 사물을 넘어 마음이 쉴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주는 풍경처럼 느껴진다.
권삼동
한국 고유의 달항아리가 갖는 유려한곡선과 여백의 미는 아름다움과 여유로움을 느끼게 한다. 작가는 달항아리가 주는곡선과 여백을 통해 어머니의 품같은 편안함과 안전감을 강조하고 각박한 현시대에 모든것을 포용하고 담을수있는 넉넉한마음과 기쁨을 잃지않는 모두가 되기 바람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