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달항아리》
캔버스, 오일
2026 · 60.6 × 72.7 cm
작가 노트
화면을 가득 채운 달항아리는 부드럽게 부풀어 오른 둥근 몸체로, 거의 정면에 가깝게 관람자를 마주하고 있다. 옅은 분홍빛이 스며든 표면은 강한 명암 대신 미세한 톤의 차이로만 부풀어 오르며, 마치 안쪽에서부터 천천히 따뜻한 숨이 번져 나오는 듯한 인상을 만든다. 위아래로 살짝 눌린 실루엣과 좁은 굽은, 이 넓은 부피를 간신히 붙들고 있는 가느다란 기둥처럼 보이며, 화면 중앙에 놓인 이 형상에 조용한 긴장을 더한다. 가까이 다가가면 캔버스 위에 얇게 쌓인 오일 물감의 결과 미세한 점, 스치는 흠집들이 드러나, 매끈한 형태 안에 오래 쌓인 시간의 층을 은근히 드러낸다. 항아리를 둘러싼 배경 역시 분홍빛을 머금은 단일한 색면으로 채워져, 사물과 공간의 경계를 거의 지워 버린다. 항아리의 윤곽을 따라 아주 얇게 달라지는 농도와 둥근 몸체에 맺힌 작은 하이라이트가, 이 형상이 실제의 도자기라기보다 빛으로 빚어진 덩어리처럼 느껴지게 한다. 화면 아래쪽으로 살짝 드리운 그림자는 항아리가 놓인 자리를 암시할 뿐, 구체적인 장소나 사물의 맥락을 제공하지 않는다. 그 결과, 이 분홍빛 그릇은 어느 방, 어느 시간에도 속하지 않은 채, 오직 하나의 감정이 머무는 공간처럼 조용히 떠 있다. 오른편에 가볍게 앉은 두 마리의 노란 나비는 이 고요한 장면에 처음으로 소리를 들려주는 존재처럼 나타난다. 정교하게 그려진 날개의 무늬와 선명한 색채는, 거의 단색에 가까운 분홍 화면 위에서 작은 진동처럼 반짝이며, 무게감 있는 항아리의 부피와 섬세한 대비를 이룬다. 막 날아와 잠시 쉬어 가는 듯한 나비의 자세는, 비워진 그릇 위에 스쳐 지나가는 마음의 순간, 말로 붙잡기 어려운 짧은 감정을 상징하는 듯하다. 관람자는 매끈하게 이어지는 곡선을 따라 시선을 천천히 돌리다가, 어느 순간 나비가 머문 자리에 시선이 멈추게 된다.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분홍빛 그릇과,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것 같은 두 마리의 작은 존재 사이에서, 채워지지 않은 마음과 스쳐 가는 기쁨이 동시에 떠오른다. 오래 바라볼수록 화면 속 분홍빛은 점점 더 부드러운 온기로 번지며, 나비의 가벼운 떨림과 함께 조용히 가라앉아, 관람자가 자신의 어느 한때를 이 안에 살며시 얹어 두고 돌아서게 만든다.
권삼동
한국 고유의 달항아리가 갖는 유려한곡선과 여백의 미는 아름다움과 여유로움을 느끼게 한다. 작가는 달항아리가 주는곡선과 여백을 통해 어머니의 품같은 편안함과 안전감을 강조하고 각박한 현시대에 모든것을 포용하고 담을수있는 넉넉한마음과 기쁨을 잃지않는 모두가 되기 바람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