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록

마음을담다

캔버스, 오일

2026 · 91 × 65 cm

정물이야기·상징

작가 노트

가로로 긴 캔버스 한가운데, 낮게 펼쳐진 접시 모양의 그릇이 정면을 향해 놓여 있다. 넓게 퍼진 가장자리와 낮은 받침이 만들어내는 단순한 실루엣은, 화면을 가로지르는 하나의 수평선처럼 시선을 좌우로 천천히 미끄러지게 한다. 분홍빛이 감도는 그릇의 표면은 강한 명암 대신 미세한 톤의 차이로만 부풀어 올라, 단단한 도자기라기보다 온기를 머금은 하나의 몸처럼 느껴진다. 받침 아래로 드리운 짧은 그림자는 이 형태가 분명히 ‘놓여 있음’을 말해 주면서도, 주변의 녹색 바닥과 부드럽게 섞이며 고요한 무게를 남긴다. 배경은 깊은 초록빛이 화면을 가득 채우며, 바닥과 벽의 구분을 지운 채 그릇을 떠받친다. 중앙을 가로지르는 짙은 그린의 띠와, 멀리 아지랑이처럼 번지는 수평의 흔적들은 바다와 지평선, 혹은 안개 낀 산등성이를 떠올리게 하면서도 구체적인 풍경으로 고정되지 않는다. 화면 위쪽으로 갈수록 색은 조금 더 어두워지고, 그 속에 작은 분홍빛 달이 떠올라 있다. 이 작은 달은 비워진 그릇 위로 조용히 내려앉는 마음의 조각처럼, 화면 전체에 느린 밤의 호흡을 드리운다. 오일 물감은 두껍게 쌓이기보다 여러 번 얇게 겹쳐지며, 빛을 반사하기보다 차분히 머금는다. 그 덕분에 초록과 분홍이 서로의 경계를 세우기보다 은은하게 스며들어, 그릇은 실제 물건을 담는 접시라기보다 빛과 기운, 그리고 감정이 잠시 머무는 평평한 무대가 된다. 관람자는 이 단순한 구성을 마주한 채 ‘무엇이 담겨 있었는가’보다 ‘지금 여기 무엇을 올려두고 싶은가’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작품 앞에 서서 시선을 천천히 가로로 옮기다 보면, 넓게 비워진 그릇의 안쪽과 깊은 초록의 공간이 서로를 비추듯 마주 선다. 한 번쯤 스쳐 갔다가 잊어버린 생각들, 아직 말로 꺼내지 못한 마음의 조각들이 이 그릇 위에 조용히 놓이는 상상을 하게 된다. 그렇게 이 낮고 단순한 그릇은 하나의 정물이 아니라, 각자의 내면을 담아 볼 수 있는 작은 풍경이자, 하루의 끝에서 마음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자리로 다가온다.

권삼동

한국 고유의 달항아리가 갖는 유려한곡선과 여백의 미는 아름다움과 여유로움을 느끼게 한다. 작가는 달항아리가 주는곡선과 여백을 통해 어머니의 품같은 편안함과 안전감을 강조하고 각박한 현시대에 모든것을 포용하고 담을수있는 넉넉한마음과 기쁨을 잃지않는 모두가 되기 바람니다

작가 이력 보기

권삼동의 다른 작품

작품 전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