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kgabang No.22_보라빛 기억》

미디움 아크릴,나무

2025 · 30 × 30 × 2.5 cm

풍경·산수동물·식물·자연이야기·상징

작가 노트

보랏빛으로 가득 찬 가방이 화면의 중앙에 자리 잡고 있다. 둥근 점들이 촘촘히 박힌 가방 표면은 밤하늘의 별자리처럼 이어지며, 하나의 기억이 다른 기억을 부드럽게 불러내는 흐름을 만든다. 금빛이 감도는 손잡이와 테두리는 오래된 물건의 온기를 떠올리게 하고, 그 주변으로는 각기 다른 계절의 꽃들이 한데 모여 피어 있다. 노랑과 오렌지, 분홍과 보라의 꽃잎이 서로의 색을 비추며, 한 장면 안에 겹겹의 시간이 동시에 존재하는 듯한 풍경을 만든다. 꽃 사이를 오가는 작은 새와 나비, 잎사귀 사이에 숨어 있는 새들은 이 가방이 단순한 소지품이 아니라 이야기를 품은 장소임을 암시한다. 가방 위에 나란히 앉은 두 마리 새는 서로를 바라보거나 같은 방향을 응시하며, 함께 나눈 여행과 대화를 떠올리게 한다. 화면 곳곳에 반복되는 잎과 점, 곡선의 리듬은 발걸음 소리, 웃음, 낮게 흥얼거리던 노래처럼 사소하지만 선명한 순간들을 시각적인 패턴으로 번역해 놓은 것처럼 느껴진다. 가방 안쪽은 끝내 열려 보이지 않지만, 그 대신 가방 주변이 더 화려하게 피어오른다. 담아 두려던 복과 소망이 안에 머무르지 못하고, 보랏빛 기운을 따라 바깥으로 번져 나가 주변의 꽃과 생명들을 물들이는 장면이다. 관람자는 이 가방의 주인이 되어, 화면 속 어딘가에서 자신의 보랏빛 기억 한 조각을 떠올려 넣어 보거나, 이미 가득 찬 이 가방을 조용히 쓰다듬듯 바라보게 된다. 그렇게 마주한 짧은 시간이, 또 하나의 새로운 기억으로 작품 속에 덧입혀진다.

윤은이

복을 담는 복가방을 그립니다. 행복을 담아 전하고자 합니다. 폭죽처럼 터지는 꽃다발, 새, 나비 등 민화적 길상의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사랑과 희망, 위로로 소통 하고자 합니다. 당신의 행복을 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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