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ile Pattern Design》
디지털
2013 · 115 × 96 cm
작가 노트
화면을 가득 채운 것은 일정한 간격으로 떨어지는 물방울이지만, 반복되는 패턴 속에서도 각 방울은 모두 다른 색과 크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터키블루, 보라, 초록, 노랑이 겹겹이 뒤섞인 배경 위로 물방울들이 중첩되며, 한 겹의 직물이 아니라 여러 겹의 기억이 포개진 표면처럼 느껴집니다. 물감이 두텁게 쌓인 듯한 질감 표현은 디지털 작업임에도 직조된 패브릭을 만질 때의 거친 촉감을 떠올리게 하고, 방울 하나하나의 윤곽선은 실 한 올 한 올이 모여 무늬를 이루는 과정을 연상시킵니다. 물방울의 형태는 단순한 눈물방울 모양을 넘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선과 아래에서 위로 솟구치는 곡선을 동시에 품고 있습니다. 어떤 것은 막 떨어지는 빗방울처럼, 또 어떤 것은 꽃잎이나 물고기의 지느러미처럼 보이며, ‘물’이라는 하나의 요소가 흐름과 성장, 상처와 치유의 여러 이미지를 동시에 건네는 장식이 됩니다. 반복되는 기하학적 리듬 속에서 색의 농도와 방향이 조금씩 비껴 나가면서, 규칙과 불규칙, 통제와 우연이 한 화면 안에서 밀고 당기기를 이어갑니다. 이 패턴을 천 위에 펼쳐 놓는다면, 옷을 걸친 몸은 수많은 물방울 사이를 통과하며 끊임없이 색을 바꾸는 존재가 될 것입니다. 움직임에 따라 빛이 달라지듯, 관람자의 시선이 어느 방향에서 들어오느냐에 따라 이 이미지는 비, 눈물, 보석, 혹은 추상적인 리듬으로 달리 읽힙니다. 화면 앞에 서서 천천히 시선을 위아래로 움직이다 보면, 끝없이 떨어지고 동시에 솟아오르는 물의 조각들이 하나의 직물처럼 엮이며, 감정과 기억이 패턴이 되어 몸 가까이 머무는 경험을 상상하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