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록

장미

오일

2026 · 65 × 40 cm

작가 노트

짙은 남보라와 푸른빛이 뒤섞인 밤하늘 아래, 한 인물이 몸을 웅크린 채 화면 중앙에 앉아 있습니다. 피부는 옅은 분홍과 푸른색이 섞인 반투명한 톤으로 그려져 있어, 의자와 배경, 공기 사이에 부드럽게 스며듭니다. 얼굴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커다란 붉은 장미 다발이 피어올라, 머리와 표정을 대신합니다. 서로 겹쳐진 꽃송이들은 한 사람의 감정이 겹겹이 쌓여 응축된 덩어리처럼 보이고, 초록 잎과 줄기가 목과 팔을 따라 흘러내리며 몸과 꽃 사이의 경계를 흐립니다. 노란 의자는 따뜻한 곡선으로 인물을 감싸지만, 그 위의 자세는 안온하기보다 약간 긴장된 상태에 가깝습니다. 팔을 교차해 스스로를 안고 있는 손은 작고 단단하게 모여 있어, 바깥을 향하기보다 안쪽으로 말려 들어간 마음을 드러냅니다. 그럼에도 장미의 붉은색은 화면 전체를 압도하며, 숨기고 싶은 마음과 드러내고 싶은 욕망이 동시에 피어오르는 순간을 보여 줍니다. 피부 위에 남은 붓질의 결과 두텁게 올려진 꽃잎의 질감은, 감정의 층위를 손으로 더듬을 수 있을 것 같은 촉감으로 바꾸어 놓습니다. 배경의 푸른 밤과 작은 별빛, 소용돌이치는 달빛은 이 장면을 현실의 방이 아닌, 내면 깊숙한 한 구석으로 옮겨 놓습니다. 장미 다발은 누군가에게 건네기 위한 선물이라기보다, 스스로의 심장과 기억을 한데 모아 껴안은 형상에 가깝습니다. 그림 앞에 서 있으면, 관람자는 꽃으로 가려진 얼굴 뒤에 어떤 표정이 숨어 있을지, 그 붉은 무게를 견디는 몸의 온도가 어떠할지 조용히 상상하게 됩니다. 밤하늘의 차가운 푸른빛과 장미의 뜨거운 붉은색 사이, 그 사이에 놓인 한 사람의 숨결을 따라가며, 각자가 품어 온 사랑과 상처의 모양을 천천히 떠올려 보게 하는 작품입니다.

편희연

안녕하세요 일러스트레이터 편희연 입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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