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cess Blue Thorns》
캔버스,오일
2017 · 40 × 50 cm
작가 노트
화면 가득 펼쳐진 침실은 동화책의 한 장면처럼 보이면서도, 손으로 여러 번 덧칠한 붓질 덕분에 오래된 기억이나 꿈속 장면처럼 흐릿하게 떠오릅니다. 파란 벽지는 흰 덩굴무늬로 가득 차 있고, 네 귀퉁이에서 내려오는 분홍색 커튼은 침대를 하나의 작은 무대로 감싸 안습니다. 바닥의 나무결, 침대 스커트의 분홍빛, 패턴이 반복된 벽과 창문은 모두 평면적으로 단순화되어 있지만, 서로 다른 방향의 붓결이 겹치며 조용한 떨림을 만든다는 점에서 이 공간이 정지된 시간이 아니라, 막 이야기가 이어지려는 찰나임을 암시합니다. 침대 위에는 노란 드레스를 입은 인물이 눈을 감은 채 누워 있고, 드레스 위를 덮은 꽃무늬는 가시와 꽃이 함께 뒤섞인 듯한 장식을 이루며 몸을 하나의 정원처럼 둘러쌉니다. 곁에 앉은 왕은 한 손으로 이마를 쓰다듬고, 다른 손은 천천히 드레스 자락을 따라 내려가며, 잠든 몸과 깨어 있는 손 사이에 미묘한 긴장을 남깁니다. 화면 왼편에는 아기를 안고 선 여인이 등장해, 탄생과 잠, 시작과 정지가 한 장면 안에 동시에 놓여 있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유화 특유의 두툼한 질감과 거친 붓자국은 인물들의 얼굴과 손을 세밀하게 설명하기보다, 그 주변에 맴도는 감정을 먼저 느끼게 합니다. 왕관과 드레스, 커튼과 침대보 같은 장식들은 전형적인 동화의 상징을 따르지만, 다소 어긋난 비례와 평평한 구도 덕분에 익숙한 이야기가 아니라 개인의 내면에서 다시 그려진 한 편의 장면처럼 다가옵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단순한 초록 언덕은, 이 방 안의 정지된 시간과 대비되며 아직 도달하지 못한 세계를 멀리 비추는 배경이 됩니다. 이 작품 앞에 서면 누구나 알고 있는 공주 이야기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되지만, 곧 그 이야기가 정확히 어디에서 시작되고 끝나는지 확신하기 어려워집니다. 잠든 공주, 손을 얹은 왕, 아기를 안은 여인 사이를 천천히 눈으로 오가다 보면, 한 사람의 삶 속에서 반복되는 잠과 깨어남, 보호와 선택의 순간들이 겹쳐 보이기 시작합니다. 마치 오래된 동화책을 다시 펼쳐 보듯, 관람자는 자신의 기억 속 공주와 가시덤불의 이미지를 이 장면 위에 겹쳐 올리며, 각자 다른 결말을 조용히 상상해 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