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n

아크릴,캔버스,오일 파스텔

2024 · 70.5 × 50 cm

작가 노트

캔버스 중앙을 가득 채운 별 모양의 프레임 안에는 짙은 파란 밤하늘이 펼쳐져 있다. 작은 점과 선으로 찍힌 별빛과 달빛이 수면 위 반짝임처럼 퍼져 나가며, 화면의 중심을 조용한 호흡으로 끌어당긴다. 그 주변을 둘러싼 두꺼운 초록 잎사귀들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이 푸른 세계를 지키는 경계선처럼 작동한다. 안쪽의 차가운 파랑과 바깥의 뜨거운 색채 사이에서, 별 모양은 마치 다른 차원의 창문이자 무대 조명 아래 놓인 스크린처럼 보인다. 별을 감싸고 있는 것은 거대한 꽃잎과 불꽃 같은 노랑·주황의 형상들이다. 해바라기를 떠올리게 하는 이 형상들은 한 방향을 향해 고개를 들고 있지만, 중심에 있는 것은 태양이 아니라 멀리 떨어진 별과 밤의 풍경이다. 화면 가득 퍼진 따뜻한 색의 열기와, 그 한가운데로 파고드는 깊은 파랑의 대비는 무대 앞에 선 ‘팬’과 멀리서 바라보는 ‘대상’을 동시에 상징한다. 닿을 수 없지만 끝없이 응시하게 되는 존재,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빛에 자신을 기꺼이 맞추는 마음이 색의 온도 차로 드러난다. 아크릴과 오일 파스텔이 겹겹이 쌓인 두꺼운 터치는 잎맥과 꽃잎, 물결과 별빛을 단정하게 정리하기보다, 감정이 한 번에 치솟았다가 머뭇거리는 순간을 그대로 남겨 둔다. 선명한 별 모양의 윤곽은 대중 문화 속 아이콘이나 스타를 떠올리게 하지만, 그 안을 채운 것은 화려한 무대가 아니라 고요한 밤의 풍경이다. 관람자는 이 화면 앞에서 자신이 어느 쪽에 서 있는지 자연스레 떠올리게 된다. 환한 조명을 향해 고개를 든 수많은 얼굴들 사이에 있는지, 아니면 누군가의 마음속에 조용히 떠 있는 작은 별이 되어 있는지, 파란 중심을 오래 바라볼수록 각자의 기억 속 장면이 천천히 떠오른다.

이루미

Cica solo young artist exhibition 2026.10.28-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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