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lmate

캔버스,유약

2024 · 50 × 45 cm

작가 노트

짙은 청록과 파랑이 번지는 배경 위에, 두 마리의 고양이가 서로의 몸을 겹치며 앉아 있다. 화면을 크게 차지하는 어른 고양이는 정면을 응시하고, 그 곁에 몸을 기댄 작은 고양이는 반쯤 몸을 숨긴 채 조용히 관람자를 바라본다. 두 존재를 둘러싼 갈색과 붉은 기운, 얼룩처럼 찍힌 점들은 털의 무늬이자 동시에 보호막처럼 보이는 갑옷의 질감으로 읽힌다. 서로의 체온을 공유하듯 밀착된 이 구조는, 피로 맺힌 가족이면서도 서로의 선택으로 곁에 남은 동반자의 모습을 겹쳐 떠올리게 한다. 윗부분을 가로지르는 나뭇가지와 잎들은 굵고 거친 터치로 뒤엉켜 있다. 노랑, 초록, 흰색이 한 번에 휘둘러진 듯한 붓질은 숲의 지붕이자, 비를 가려 주는 천막처럼 두 고양이 위를 드리운다. 선명하게 묘사된 공간은 아니지만, 물감이 두껍게 쌓이며 만든 요철은 빛이 스며들고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를 동시에 상상하게 한다. 이 거친 표면 덕분에 화면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바깥의 위협과 안쪽의 안정을 동시에 품은 내면의 장소처럼 느껴진다. 유약과 물감이 겹겹이 쌓인 몸의 질감은, 한 번에 완성된 형상이 아니라 시간이 켜켜이 스며든 관계임을 암시한다. 어른 고양이의 눈가에 남은 어두운 그늘, 어린 고양이 얼굴에 얹힌 부드러운 빛의 반점은, 서로에게 기대어야만 버틸 수 있었던 순간들을 조용히 떠올리게 한다. 완벽하게 다정한 표정 대신 약간의 긴장과 피로가 남아 있다는 점에서, 이 둘의 관계는 이상화된 보호자와 아이가 아니라, 서로를 의지하며 함께 견뎌 온 동료에 가깝다. 이 작품 앞에 서면 관람자는, 두 고양이 사이의 빈틈을 바라보며 자신이 누구와 나란히 서 있는지를 자연스레 떠올리게 된다. 나를 지키는 시선이었던 누군가를 떠올릴 수도 있고, 내가 품어 주고 싶은 존재를 겹쳐 볼 수도 있다. 초록빛 숲과 거친 질감 속에서 조용히 마주 선 이 둘을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피와 종을 넘어선 또 다른 형태의 가족, 오래 함께한 영혼의 짝에 대한 자신의 이미지를 마음속에서 천천히 꺼내 보게 된다.

이루미

Cica solo young artist exhibition 2026.10.28-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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