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of serise_최선 (the best)》
오일 파스텔,종이
2024 · 29.7 × 43 cm
작가 노트
짙은 분홍색 입술이 화면 중앙을 크게 차지하고, 그 안에서 붉은 하트가 그려진 카드들이 겹겹이 튀어나온다. 입술은 마치 무언가를 삼키기도, 토해내기도 직전인 입구처럼 열려 있고, 카드 위의 숫자와 기호들은 ‘한 번의 선택’이 결과를 가르는 게임의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사랑, 신뢰, 신념처럼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이 단지 운과 확률의 문제로 취급될 때 느껴지는 불안과 저항이, 이 과장된 형상 속에 동시에 스며 있다. 배경을 채운 노란 나비들은 가볍고 환한 기호처럼 떠다니지만, 반복되는 패턴과 두꺼운 오일 파스텔의 터치 때문에 쉽게 사라지지 않는 흔적처럼 남는다. 아래쪽에 쌓인 파란 카드 더미는 이미 지나가 버린 선택들, 혹은 사회가 강요해 온 규칙과 판들을 상징하는 듯하다. 분홍, 노랑, 파랑이 거칠게 부딪히는 색의 대비는 감정의 고조와 긴장을 드러내면서도, 동시에 이 세계가 여전히 ‘게임판’ 위에서 돌아가고 있음을 상기시킨다. 종이 위에 눌러 그린 두꺼운 선과 긁힌 자국, 삐뚤게 적힌 숫자들은 단정한 계산보다 충동과 망설임에 가까운 손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무엇이 ‘최선’인지 이미 정해진 답을 말하기보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선택의 순간을 과장된 상상 속으로 끌어올린다. 관람자는 입술과 카드 사이, 그 좁은 틈에 잠시 서게 되고, 지금 이 순간 내가 믿고 싶은 것, 끝까지 지키고 싶은 마음은 어디에 놓여 있는지 조용히 떠올려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