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is love》
캔버스,유약
2024 · 60.6 × 50 cm
작가 노트
짙은 붉은색과 초록이 뒤섞인 사과들이 화면 중앙을 가득 메우고 있다. 둥글게 부풀어 오른 과육의 덩어리들은 하나하나가 다른 표정을 가진 마음처럼 보인다. 매끈하게 빛나는 면과 거칠게 긁힌 자국, 덜 익은 초록과 과하게 익어 어두워진 붉은 톤이 한데 섞이며, 사랑을 향한 감정의 단계들을 겹쳐 놓은 듯한 리듬을 만든다. 완벽하게 예쁜 것만 쌓여 있지 않고, 상처 난 면과 얼룩진 표면까지 함께 실려 있다는 점에서, 이 배가 싣고 가는 것은 ‘이상화된 사랑’이 아니라 현실의 사랑에 더 가깝게 느껴진다. 사과들을 떠받치는 검은 배의 옆면에는 흰색으로 LOVE라는 단어가 크게 적혀 있다. 거친 붓질로 휘갈겨 쓴 이 글자는 단단한 문장이라기보다 파도에 금방 지워질 것 같은 메모에 가깝다. 배의 선체를 덮친 하얀 포말과 푸른 물결은, 사랑이 언제나 잔잔한 호수가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듯 날카롭게 튀어 오른다. 유약과 물감이 뒤섞여 남긴 질감은, 물이 부서지는 순간의 속도와 함께, 그 속을 통과해야만 유지될 수 있는 감정의 불안정함을 동시에 전한다. 배 위의 무게와 바다의 요동을 배경으로, 화면 위쪽은 따뜻한 주황과 노랑으로 물들어 있다. 해질 무렵의 하늘처럼 번지는 이 색면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균형 속에서도 여전히 사랑을 믿게 만드는 온기를 품고 있다. 세로로 흘러내린 선들과 희미한 구조물의 흔적은, 이 항해가 개인의 로맨스를 넘어, 가족과 관계, 공동체 전체를 실어 나르는 여정일 수도 있음을 암시한다. 이 작품 앞에 서면 관람자는, 사과 더미 하나를 골라 자신의 경험과 겹쳐 보게 된다. 처음의 달콤함, 미처 말하지 못한 상처, 함께 견뎌 낸 시간들이 어떤 색으로 남아 있는지, 파도에 흔들리는 배의 옆에서 천천히 떠올리게 된다. 사랑이 무엇인지 명확한 정의를 내리기보다, 지금도 어딘가로 나아가고 있는 이 작은 배의 방향을 따라가며, 각자가 마음속에서만 알고 있던 사랑의 모양을 조용히 확인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