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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릴,오일 파스텔,종이

2024 · 50 × 50 cm

작가 노트

짙은 초록과 노랑, 청록이 서로를 밀어 올리며 화면을 가득 채운다. 원과 삼각형, 사각형이 겹쳐진 이 구조는 한 사람의 얼굴이라기보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포개진 초상처럼 보인다. 정면을 향한 듯한 커다란 흰 원은 눈이자 얼굴의 윤곽이고, 그 안쪽을 찌르듯 들어온 초록과 노랑의 각진 조각들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생각과 감정을 드러낸다. 중심을 가로지르는 검은 점 하나가 시선의 고정점이 되어, 흩어질 것 같은 화면을 간신히 한데 묶어 놓는다. 아크릴이 남긴 두터운 붓질과 겹쳐 칠한 자국들은, 사람들이 부딪히고 다시 자리를 찾는 순간들의 흔적 같다. 부드럽게 둥근 곡선과 날카롭게 꺾인 모서리가 한 화면 안에서 충돌하면서도, 초록 계열의 색들이 전체를 감싸며 묘한 조화를 만든다. 관계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려 할 때 생기는 온도 차와, 그럼에도 함께 서 있으려는 의지가, 색의 농담과 속도 차이로 번역된 듯하다. 제목처럼 이 작품은 ‘나’가 아니라 ‘우리’에 대한 이미지다. 각기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화살표 같은 삼각형들, 서로를 가로지르는 사각형의 프레임들은, 한 공간 안에 모인 사람들의 목소리와 시선을 상징한다. 분리된 조각처럼 보이지만, 어느 하나를 떼어 내면 곧바로 균형이 무너질 것 같은 긴장감이 있다. 이 작품 앞에 서면 관람자는, 화면 속 기하학적 조각들 사이에서 자신이 서 있는 위치를 자연스레 찾게 된다. 중심의 검은 점에 마음을 걸어 둘 수도 있고, 가장자리를 스쳐 지나가는 초록의 곡선을 따라가며 주변인의 자리를 떠올릴 수도 있다. 분명한 얼굴이 보이지 않기에, 각자가 알고 있는 ‘우리’의 풍경이 이 색과 형태들 위로 천천히 겹쳐 올라온다.

이루미

Cica solo young artist exhibition 2026.10.28-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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