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of serise _사랑해》
오일 파스텔,종이
2025 · 29.7 × 43 cm
작가 노트
노란색으로 가득 찬 화면 속에 웃는 얼굴들이 반복된다. 둥근 선으로 둘러싸인 입과 눈은 모두 위로 휘어 있어, 멀리서 보면 하나의 거대한 환호처럼 보인다. 두꺼운 오일 파스텔이 남긴 질감 덕분에 이 노란 얼굴들은 평평한 아이콘이 아니라, 겹겹이 발라 올린 감정의 층처럼 화면 위에 솟아 있다. 서로 겹치고 비껴난 웃음들 사이로 흰 바탕이 비어 나오며, 비어 있는 자리마저도 밝게 빛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 한가운데, 짙은 남색의 둥근 얼굴이 무겁게 떠 있다. 주변의 노란 원들과 같은 크기와 형태이지만, 색과 표정이 완전히 다르다. 길게 가라앉은 눈과 일직선으로 닫힌 입은 거의 움직이지 않는 기호처럼 그려져, 어떤 감정인지 쉽게 말로 붙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겹겹이 문질러진 남색과 그 안에서 반짝이는 미세한 점들은, 이 얼굴이 단순한 무표정이 아니라 오래 쌓인 피로와 조용한 체념을 품고 있음을 드러낸다. 노랑과 남색의 강한 대비는, 같은 자리에 있지만 전혀 다른 온도로 존재하는 마음들의 차이를 보여 준다. 웃는 얼굴들은 “괜찮다”는 인사를 끝없이 되풀이하는 배경음처럼, 화면을 가득 메운다. 그 속에서 남색의 얼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더 크게 들리는 목소리가 된다. 모두가 “사랑해”라고 말하는 순간에도, 정작 스스로는 사랑받고 있는지, 혹은 사랑하고 있는지 확신하지 못하는 마음의 그림자다. 이 작품 앞에 서면 관람자는, 밝은 노랑의 파도 사이에서 조용히 버티고 있는 남색의 원과 마주하게 된다. 어느 쪽의 얼굴에 더 가깝게 느껴지는지, 혹은 둘 사이를 오가며 서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말로 다 설명되지 않는 사랑의 무게와, 그 속에서 잠시 굳어 버린 표정을 떠올리며, 화면 속 남색의 침묵 곁에 잠시 머물게 되는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