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칠까 serise _Happiness(부재중)》
오일 파스텔,종이
2026 · 14.8 × 21.5 cm
작가 노트
하늘색으로 가득 채워진 화면 한가운데, 두텁게 칠해진 갈색의 인물이 대각선으로 기울어진 채 떠 있다. 네모에 가까운 커다란 머리와 길게 뻗은 팔다리는 사람의 형상을 닮았지만, 구체적인 표정이나 세부는 지워져 있다. 경계선마다 번지는 주황빛은 이 몸의 윤곽을 뜨겁게 감싸며, 부재 중인 얼굴 대신 온도와 기운만을 남긴다. 오일 파스텔의 거친 터치는 몸 전체를 하나의 덩어리처럼 묶어 두면서도, 그 안에서 여러 방향으로 스치는 선들을 드러낸다. 마치 한 사람의 기억, 역할, 감정이 뒤엉켜 있는 상태처럼, 한 번에 읽히지 않는 층들이 갈색의 표면 아래에서 계속 움직인다. 가볍게 떠 있는 듯한 자세지만, 두꺼운 질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무게를 품고 있다. 배경을 채운 하늘색은 단순한 빈 공간이 아니라, 긁히고 문질러진 자국들로 인해 시간의 흔적처럼 느껴진다. 화면 아래 구석에 작게 그려진 별과 물결 모양의 검은 선은, 멀리서 깜빡이는 신호 같기도 하고, 잠시 자리를 비운 누군가에게 남겨 둔 메모 같기도 하다. 인물은 그 신호를 향해 몸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 닿지 못한 채 허공에 머물러 있다. 이 장면 앞에 서면 관람자는, 분명 존재하지만 비어 있는 얼굴과, 어디론가 기울어져 있으나 도착하지 못한 몸의 자세 사이에 서게 된다. 지금 나를 행복하게 했던 것들은 어디에 남아 있는지, 그리고 그 곁에서 나는 얼마나 자주 부재 중이었는지, 하늘색 여백과 갈색 실루엣 사이의 거리를 따라 천천히 떠올려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