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칠까 serise_Dream

오일 파스텔,종이

2026 · 14.8 × 21.5 cm

작가 노트

짙은 파랑으로 그려진 로봇 같은 인물이 화면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다. 각진 머리와 네모난 몸, 막대기처럼 뻗은 팔과 다리는 단순한 도형으로 조립되어 있지만, 오일 파스텔이 남긴 두꺼운 결 덕분에 장난감처럼 가벼워지지 않는다. 머리 위로 솟은 더듬이와 네모난 입, 격자처럼 나뉜 이빨 선은 어딘가 긴장한 표정을 만들고, 동그란 안경 속 하트 모양의 눈은 차가운 기계 안에 숨어 있는 욕망과 기대를 드러낸다. 그 인물의 몸 위를 가로질러 검은색으로 적힌 굵은 글자는, 첫눈에 ‘MONEY’라는 단어로 읽힌다. 돈을 뜻하는 단어와 비슷한 이 글자는, 화면 속 존재가 빛나는 도시밖과 꺼져있는 불빛들 속 빛나는 꿈을 훔치러 다닌다. 로봇의 몸 곳곳에 남은 파랑과 노랑, 주황의 조각난 색면은, 단단한 금속 대신 뒤엉킨 감정과 욕심의 회로를 보여주는 내부 지도 같다. 표면을 긁어낸 자국과 겹쳐 칠해진 색층은, 단 한 번에 완성된 초상이 아니라 여러 번 지우고 고쳐 그린 마음의 초안임을 말해 준다. 배경에는 작은 사각형과 점, 낙서 같은 기호들이 흩어져 있다. 검은 점들과 파랑, 분홍, 노랑의 조각들은 도시의 빌딩 창문이자, 디지털 화면 속 픽셀처럼 보이며 인물을 둘러싼 세계의 소음이 된다. 한쪽에는 컵과 집, 알 수 없는 문자들이 희미하게 스쳐 지나가고, 다른 쪽에는 분홍색 하트와 메모 조각 같은 형체들이 떠다닌다. 무엇이 진짜 욕망이고 무엇이 광고와 유혹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채, 화면 전체가 “갖고 싶다”는 충동과 “정말 필요한가”라는 질문 사이에서 진동하는 듯하다. 이 작품 앞에 서면 관람자는, 로봇의 하트 모양 눈과 굵은 글자 사이에 낀 마음의 거리를 자연스레 떠올리게 된다. 나를 움직이게 하는 꿈과, 세상이 속삭이는 욕망이 어디까지 겹쳐져 있는지, 무엇을 훔치고 무엇을 지켜야 할지 조용히 되묻게 된다. 파랑의 몸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이 로봇의 초상은 낯선 기계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얼굴에 아주 가까이 닿아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이루미

Cica solo young artist exhibition 2026.10.28-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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