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
오일 파스텔,종이
2024 · 29.7 × 43 cm
작가 노트
탁자 위 투명한 컵 속에 꽂힌 한 송이 붉은 꽃이 화면의 중심을 이룬다. 줄기는 부드럽게 휘어 있고, 꽃머리는 창밖을 향해 몸을 기울인다. 컵을 채운 회색과 푸른 기운은 물이자 빛의 잔상처럼 보이며, 안과 밖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든다. 꽃은 방 안에 있지만, 시선과 마음은 이미 창 너머의 세계로 뻗어 나가 있는 듯하다. 창문을 가로지르는 노란 커튼은 두꺼운 질감으로 뒤틀리며 열려 있다. 거칠게 긁힌 선들과 두터운 색의 덩어리는 바람에 흔들리는 천의 움직임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화면 전체에 진동을 만든다. 커튼 사이로 드러난 바깥 풍경은 선명한 파랑의 하늘과 초록 들판, 그리고 점묘처럼 흩뿌려진 분홍과 노랑의 꽃밭으로 채워져 있다. 실내의 갈색·회색 톤과 대비되는 이 밝은 색채는, 아직 닿지 못한 자리이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어떤 가능성과 소망의 풍경으로 읽힌다. 이루미 작가가 표현하고자하는 주제에 시선을 주목하게 하는 주요기법으로 활용하는 두꺼운 터치의 텍스처를 오일파스텔과 종이로 표현한 이번 작품은 중심을 이루는 꽃과 그 넘어 심어져 있는 꽃들을 통해 그림 앞에 서면 관람자는 방 안의 꽃과 창밖의 풍경 사이, 그 사이 틈에 서게 된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 가까운 창틀, 그러나 여전히 건너가야 하는 거리. 지금 이 자리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마음속 어딘가에서 계속 피어오르는 소망은 어느 쪽을 향하고 있는지, 붉은 꽃의 기울어진 몸짓을 따라 천천히 떠올려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