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of serise _만트라》
오일 파스텔,종이
2025 · 53 × 53 cm
작가 노트
짙은 청록과 초록이 뒤엉킨 화면 한가운데, 타원형의 소용돌이가 눈처럼 떠 있다. 안쪽으로 갈수록 짙어지는 올리브와 카키색의 동심원은 홍채와 동공, 혹은 나선형의 은하를 동시에 떠올리게 하며, 한 점을 향해 마음을 모으는 구심력처럼 보인다. 주변을 감싸는 흰색의 거친 테두리는 빛의 잔광이자 보호막처럼 번져, 이 타원이 단순한 형상이 아니라 반복해서 속으로 외우는 문장,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주문의 핵심부임을 암시한다. 이 중심을 둘러싼 색의 입자들은, 오일 파스텔이 두껍게 쌓이며 만든 작은 행성들 같다. 청록과 파랑, 분홍과 보라의 점들이 서로를 덮고 밀어내며 진동하는데, 가까이 다가갈수록 각각의 점이 따로 떼어낸 감정의 조각처럼 느껴진다. 차갑고 깊은 파랑의 띠, 그 옆을 스쳐 지나가는 노란색의 번쩍임, 화면 아래를 가로지르는 연두와 주황의 불규칙한 선들은, 한 사람의 내면을 통과하는 생각과 기억, 말로 다 설명되지 않는 신호들로 읽힌다. 작게 휘감긴 노란 고리와 바닥 가까이 긁어 쓴 듯한 선들은, 이 눈 혹은 우주의 가장자리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미약한 잡음을 떠올리게 한다. 이루미 작가의 특유의 오일파스텔을 두껍게 겹처 표현한 기법을 통해 카키색 심원과 만트라를 지나친 형채의 동공은 더욱 부각되어 보인다.과학기술이 포착하려는 데이터의 흔적이자,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겹쳐진 군중의 파장처럼, 화면은 정교한 회로도가 아닌 손으로 그린 감각의 지도에 가깝다. 정면의 초상 대신, 하나의 시선과 그 시선을 둘러싼 세계의 떨림을 확대해 놓은 초상화인 셈이다. 이 작품 앞에 서면 관람자는, 중앙의 타원에 자연스레 시선을 빼앗기며 자신이 하루에도 수없이 되뇌는 말들을 떠올리게 된다. 나를 움직이게 하는 믿음과 두려움, 스스로에게 반복해 건네는 약속들이 어떤 색과 속도로 회전하고 있는지, 화면 속 소용돌기와 겹쳐 보게 된다. 오래 바라볼수록 이 눈은 특정한 얼굴을 대표하기보다, 서로 다른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조용히 돌아가고 있는 만트라의 형상으로 서서히 확장된다.